◇자연에서 난 재료를 그대로 쓴 친환경 건축물

자연주의 건축물인 한옥은 자연에서 난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다. 한옥건축의 재료인 흙과 나무와 돌은 모두가 자연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벽체와 지붕의 재료에 따라 토벽집, 토담집, 초가집, 기와집, 너와집, 귀틀집, 띠집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분화되지만 모두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목재도 휘어지고 구부러진 그대로 생김새를 감안해 보, 기둥, 서까래, 문지방 등의 적재적소에 쓰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한옥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다.

벽을 구성하는 재료로 쓰이거나 방바닥과 벽에 바르는 마감재로 사용하는 흙은 우리 산천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황토이다. 허름한 토담집에 쓰인 황토벽돌이 현대인들에게 건강 웰빙 차원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황토로 둘러싸인 방에서 자고나면 피로가 말끔히 씻겨 개운하다. 황토의 신비한 효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원적외선이 발산돼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순환기능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분석도 나왔다. 자연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연과 친화할 때 몸도 마음도 가장 편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다.

현대건축의 만능 재료로 쓰이고 있는 시멘트는 많은 독성을 함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도 파괴적이고 에너지 낭비적이다. 석회석을 채굴해서 부수고, 그것을 온갖 슬러지들과 함께 태워서 만들어진다. 모두가 에너지를 엄청나게 투입해야 하는 공정이다. 시멘트와 함께 현대건축의 핵심재료인 철근 역시 채굴, 제철, 운반 등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다. 특히 시멘트는 고층 아파트 시대를 가져와 한국의 주거건축의 혁명을 이뤄내는데 기여했지만 자체의 독성으로 인해 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주범으로 꼽힌다.

재료의 제조과정에서 이미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됐으므로 ‘패시브 하우스’ ‘탄소 0 아파트’같은 에너지절약 주택이라는 호칭은 시멘트 건축에서는 사실상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간벌한 목재 소각은 “바보같은 정책”…한옥에 사용해야

산림녹화에 성공한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인 한국은 이제 한옥의 메인 재료인 목재를 얼마든지 자체 조달할 정도가 됐다. 매년 산림청은 나무 심는 일보다 숲이 너무 우거져 나무를 베어내는 간벌작업에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

한옥 전문가들은 간벌에서 나오는 분량만 해도 1년에 3만 채의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양이 될 거라고 한다. 간벌해낸 목재를 처리하는 것도 큰일이다. 산림청에서는 산에 방치할 수 없어 이 나무를 잘게 부순 팰릿으로 만들어 보일러 연료로 소각하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한옥건축가들은 “너무나 바보 같은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소나무가 성장하면서 흡수한 탄소를 팰릿으로 태우면 도로 탄소가 배출되고, 팰릿을 만드는 비용도 엄청나게 소요된다. 태워서 없앨 바에야 차라리 장작을 패서 장작보일러가 있는 농촌마을에 나눠 주는 게 옳다는 것이다. 소나무를 건축재로 사용하면 탄소를 적어도 40~50년 동안은 목재에 그대로 잡아두게 된다.

간벌해낸 나무들을 처리하는 동해임산물유통단지는 해마다 겨우 손익분기점을 유지할 정도로 사업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 한옥 전문가들에게 목재 처리를 맡기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수익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28호(5월3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