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복절에 맞춰 완성한 광화문 현판이 3개월을 못 넘기고 균열이 생겨 논란을 빚었다. 이후 문화재청에서는 '현판제작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현판을 다시 만들기 위해 현재 금강송(금강소나무) 원목 세 그루를 골라 둔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 나무를 다루는 일부 장인들이 금강송이란 나무는 실체가 없는 나무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서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강송은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품종이란 원래의 종(種)과 비슷하지만 형태, 색깔 등이 원종과 차이가 있을 때 붙이는 학술적 이름이다. 금강산에서 경북 북부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자라는 금강송은 곧은 줄기를 가지고 나뭇가지가 긴 원뿔 모양으로 돋아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반 소나무와는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므로 소나무 원종과 다른 한 품종으로 취급한다. 금강송이란 우리나라 최고 품질 소나무의 대표로서 각종 교과서, 수목도감에 올라 있고 산림청에서 인정하는 공식 이름이다.

그렇다면 일부 장인들이 금강송 자체를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강송과 소나무를 켜서 나무 속을 들여다보아서는 둘 사이에 명확한 재질 차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포의 현미경 관찰이나 화학 분석으로도 둘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재질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고 품종 자체를 부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일부에선 금강송이란 명칭이 일본인 학자가 근세에 붙인 이름이라는 이유로 부정하지만 우리 나무 대부분의 이름이 20세기 초 현대 식물분류학이 도입될 때 일본 학자들도 참여하여 새로 만든 것이다.

소나무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많은 것도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인 듯하다. 가장 널리 사용하는 '적송(赤松)' '육송(陸松)' 등은 모두 소나무를 한자로 표기할 때 쓰는 별칭이다. 즉 소나무·적송·육송은 모두 같은 뜻, 같은 나무를 말한다. 일부에서 '금강송=적송, 일반 소나무=육송'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종(種)이나 품종(品種) 등 식물의 종류를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은 식물분류학을 전공한 전문 학자들의 몫이다. 학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분명히 인정받고 있는 소나무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도 없이 금강송을 부정하는 것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